두 번째 용기와 이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이후로 나는 내 두려움에 맞서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갔다. 그렇게 성인이 되었고 나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밥을 먹으려 이동을 하는데 친구가 비행기가 흔들릴 때 무서웠냐고 물어봤다. 나는 무서웠다고 답했는데, 친구의 말이 재밌었다.
자신은 그냥 흔들리다가 비행기가 추락해서 죽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을 먹었다는 것이다. 진심이 맞는지 모르지만 좋은 마음가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에 그 마음가짐을 써먹을 일이 생겼다.
나는 물을 무서워했지만, 용기 연습을 위해 바다에 산소통을 차고 들어가 밧줄을 잡고 이동하며 구경하는 체험을 신청했다. 산소통을 메고 뛰어들어 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가 엄습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순간적으로 주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때의 떨림은 당시까지 삶에서 최고로 큰 떨림이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신청했으며 안전한 일이다. 그리고 재밌을 것 같은 일이며 이런 것도 하지 못할 바에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었고 바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바다 안으로 들어가 친구들을 보고 바다와 밧줄의 감촉을 느끼며 숨이 쉬어지자 나는 시야가 트였다. 물이 맑진 않았으나 많은 물고기들과 바닷속의 세상을 볼 수 있음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내가 이뤄낸 극복이 너무 기뻤다.
그 이후 가장 큰 심장 떨림은 내 첫 고백이다.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혹시 모를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쑥스러움과 설렘에 나는 너무나 떨렸다. 첫 고백의 떨림은 아마 죽을 때 까지 넘을만한 적수가 있을 지 모르겠다.
나는 열심히 준비한 것을 시험 볼 때나 면접이나 무서운 놀이기구를 탈 때나 여러가지 상황에서 심장 떨림을 느껴왔다. 예전에는 그 떨림이 공포로 다가왔지만 여러 번 극복할 때 마다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감사하게도 겁이 많은 덕분에 두려움과 떨림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이제는 그 떨림이 두려움 보다는 설렘으로 느껴진다.
최근에는 고백했다가 차이는 일도 있었다. 제법 슬프고 따끔한 일이었지만, 좌절 또한 하나의 경험으로 쌓여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 믿는다. 고통, 좌절, 두려움, 귀찮음, 무언가를 무릅쓰고 행동하는 삶은 분명 성장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